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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교육 연구

[문법교육] 한국어의 '상(aspect)'

 

안녕하세요. 한국어 강사 조이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어의 '상'과 관련하여서 여러 논문을 읽긴 했는데,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정리가 안 되네요..ㅜㅜ

그래서 제가 나중에 다시 읽으려고 출력해 둔 논문 몇을 중심으로 한국어의 상에 대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저에게 어떤 논문을 다시 읽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1) 논문이 충분히 흥미 있었다거나, 2) 논문이 비교적 정리가 잘 된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잘 쓴 논문이 워낙 많긴 하지만, 요즘같은 고학력 시대에... 대부분의 논문들이 꽤 좋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저는 정리가 잘 된 논문으로 먼저 한 번 대략을 훑은 후 관련된 세부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편입니다. 집요하게 파고 들면서 앞서 읽은 논문들에서 '와, 맞다 맞아.'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점이 들거나 심하게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만, 선행 논문을 많이 읽어 보는 게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항상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논문 출처는 게시물의 최하단에 있습니다.


한국어의 상(aspect)

상이란 움직임의 모습을 뜻하는 것으로 동사가 보이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한국어에서 상은 여러 가지 언어 형식에 의해서 표현이 되는데요, 어휘 본유의 의미에서 드러나는 어휘적 상, 그리고 문법적인 의미 연산 결과로 그 어휘 본래의 의미가 변질된 문법적인 상 등이 있겠습니다.

 

상은 그 분류 기준에 따라 굉장히 세분화될 수 있습니다만, 학자에 따라, 또 언어에 따라 그 기준과 분류가 너무나 상이해서 저는 김일웅(1991)의 것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려 합니다.

 

상의 분류

다음은 동사의 의미 자체에서 비롯되는 움직임의 모습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상입니다.

  • 순간상(instantaneous aspect): 짧은 동안에 움직임의 전체 과정이 다 이루어짐. 
    예) 때리다, 차다, 쏘다, 터지다, 뿌리다, 반짝하다 등

  • 반복상(iterative aspect): 일정한 동안에 전체 과정이 되풀이 됨.
    예) ~거리다, 비비다 등

  • 시작상(inchoative aspect): 동작의 시작 단계만을 표현함.
    예) 일어나다, 떠나다, 시작하다, (잠을) 깨다 등

  • 지속상(durative aspect): 일정한 시간 폭을 가지면서 그 폭 동안에 동작이 지속됨.
    예) 먹다, 입다, 만들다, 놀다 등

  • 종결상(혹은 완료상)(perfective or completive aspect): 동작의 전체 과정이 나 끝남.
    예) 죽다, (때가) 묻다, 떨어지다, 닿다, 끝나다 등
    *결과상은 동작이 종결된 것도 맞지만 어떤 일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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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외국인 학습자에게 이러한 상의 분류를 그대로 가르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풀어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로 설명해야 합니다. 한국어 모국어 화자들도 국어 문법에서 쓰는 용어를 대충 알아 듣긴 하더라도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잖아요, 영어권 한국어 학습자에게 영어로 번역된 한국어 문법 용어를 제시하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적 개념을 설명하고 싶은 경우가 있긴 합니다. 가령 한국어 문법 항목 중 '-어 있다'와 '-고 있다'가 인도유럽어족 언어가 모국어인 학습자들에게 아주 아주 어려운 의미이거든요.. 이걸 가르칠 때 저는 종종 상의 개념을 끌어다가 설명하면 학습자들이 그 순간 만큼은 끄덕끄덕합니다. 문제는...ㅋ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잊죠. ^_^ 아무튼 이해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아래는 '-어 있다'와 '-고 있다'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참고하세요.

 

-아/어 있다 & -고 있다 | Expressions of continuity

Supportive verb(or Auxiliary verb) 있다 is the representative of continuity. So the pattern "-아/어 있다" and "-고 있다" are two sides of the same coing: "-어 있다" is used for continuous states while "-고 있다" is about continuous action.

daldalkorean.com

그 외에도 보조 동사에 의해 동사 본래의 의미에 변화가 생겨 다음과 같은 상으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 먹고 있다 → 계속상
  • 먹어 가다 / 먹어 오다 → 진행상(=계속 + 방향)
  • 익어 있다 → 결과상
  • 먹어 버리다 → 종결상
  • 잡으려 하다 → 예정상
  • 잡아 대다 / 잡아 쌓다 → 반복상

 

혹은 어미에 의해서도 동작의 상에 변화가 생기는데요, 저는 전성어미를 가르칠 때 이 상 개념을 설명해서 학습자를 가르칩니다.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어서 말이죠.

  • 먹었 → 완료상
  • 먹는 → 비완료상
  • 먹은 → 완료상
  • 먹을 → 비완료상

 


어휘 상 (어휘적 상)

시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과정(process)'이라 하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상태(state)'라 합시다. 동작을 '과정'으로 본다면 '시작-중간-끝'과 같은 과정의 단계와 관련이 있어서 어떤 동작은 '시작' 단계에만 머물러 있고, 어떤 동작은 시작부터 끝까지의 단계를 모두 가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동작의 각 단계를 국면(phrase)라 합시다.

상태는 시간에 따른 변화가 없으므로 과정도 없습니다. 이에 따라 김일웅(1991: 30)은 '상태'에서 '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상태도 일종의 상이 아닌가 합니다. 상태가 변화가 없는 어떤 것의 모양이나 형편이라면, 어떤 개체에 특정 동작이나 일이 있은 후에 그 개체가 지니는 모양이나 형편은 곧 상태입니다. 즉 상태도 일종의 완료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위의 그림에서 '시발상'이 곧 '시작상'입니다. 그리고 '움직씨'는 '동사'를 말합니다. 그림은 김일웅(1991: 31)에서 가져 왔습니다.

 

'시작'이란 동작이 일어나는 모습이죠. 어떤 동사가 이러한 의미를 가졌다면 그 동사는 '시작상'을 띱니다. 시작상을 띠는 동사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동사들이 있습니다.

  • 일어나다, 떠나다, 시작하다, (잠을) 깨다

 

'지속상'은 어떤 동작이 '시작'되어서 일정한 동안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다음은 지속상의 예이고요. 

  • 만들다, 읽다, 걷다, 먹다, 노래하다, 놀다, 입다

 

'종결'은 지속되던 동작이 끝나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모습을 나타내는 동사는 '종결상'을 띱니다. 다음은 종결상의 예입니다.

  • 죽다, (기름이)묻다, 닿다, 끝나다, 떨어지다

 

동작의 국면은 '시작', '지속', '종결' 이외에도 다음과 같이 세부 분류가 가능합니다. 위의 그림을 참고해 주세요.

 

① 걸으려 함 

② 걷기 시작함

③ 걷고 있음

④ 걷기를 끝냄

⑤ 걷기를 끝낸 상태 

 

①의 경우는 '예정상', ⑤는 '결과상(resultative aspect)'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동작의 모습, 즉 '상'은 앞서 보인 대로 어휘 자체가 가지기도 하지만, 우리 일상 생활에서 많은 부분 문법적인 것에 기대어서 표현됩니다. 

 

한편 다음과 같은 순간상의 동사들은 '시작-지속-종결'의 국면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그 동작의 지속이 굉장히 짧죠.

  • 반짝하다, 깜빡하다, 터지다, 폭발하다

 

그런데 이러한 순간상의 동사가 되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반복상'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반복상'의 예인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말에서 반복상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어근을 되풀이해도 되고요, '-거리다, -이다, -대다'와 같이 파생접미사를 사용해서 순간상의 동사를 파생할 수도 있습니다. 

  • 반짝반짝하다, 깜빡깜빡하다, 출렁출렁하다
  • 반짝거리다, 깜빡거리다, 출렁거리다, 재잘거리다
  • 반짝이다, 깜빡이다, 출렁이다
  • 재잘대다

 

★ 다음은 영어와 한국어의 어휘적 상의 분류를 표로 나타낸 것이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아 그런데, 상의 분류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거 아시쥬! 참고만 하세요. 

 

< 영어와 한국어의 어휘적 상의 분류(양용준 2002: 10) >

구분 영어 한국어
완료상 시작상 begin, commence, start, set, about+~ing, fall to, come to, take to 떠나다, 일어나다, 시작하다, (잠을)깨다, 되다, 출발하다
결과상 finish, end, complete, conclude, die, stop, win, cease, quit, become, get, turn 잃다, 죽다, 닿다, 끝나다, (기름이)묻다, 떨어지다
종결상 motion, shot, sigh, inquire, build
순간상 twinkle, explode, kick 반짝하다, 깜빡하다, 터지다, 폭발하다, 차다, 때리다, 쏘다, 뿌리다
미완료상 습관상 used to *한국어에서는 보통 문법적 상으로 나타납니다. 가령 '-곤 하다'나 '(커피를 매일)마신다'가 있습니다. 
반복상 pooh-pooh, come, go, sing, try, gabble, giggle, twitter, flicker, cracke *순간상의 동사가 되풀이 될 경우 모두 적용됩니다.
계속상 continue, keep, go, come 만들다, 읽다, 걷다, 먹다, 노래하다
예정상 be going to, will ~할 예정이다, ~ㄹ/을 것이다 

 


 

문법적 상

영어에서는 문법적인 상을 분명하게 알아 볼 수 있는 형태가 있죠. 완료상인 일명 "해브피피(have + p.p)"와 "비아이엔쥐(be+~ing)"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어는 상을 명확하게 딱! 형태적으로 분류해서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언어가 아닙니다. '상'을 분류하는 데에 있어서 거의 대부분이 의미의 해석을 필요로 합니다. 다음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

  • -고 있다 → 동작의 계속
    *그러나 '아이를 업고 있다'와 같이 동작에 따라 '결과'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 -아 가다 / -아 오다 → 동작의 지속
  • -어 있다 → 동작의 결과 = 상태
  • -어 버리다 → 동작의 종결 = 상태
  • -으려 하다 → 동작의 예정
  • -어 대다 / -어 쌓다, -곤 하다 → 동작의 반복

 

그 외에도 선어말 어미가 붙어서 상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역시 한국어는 어려운 언어입니다. ㅠㅠ 학습자들에게 인내심을 가지셔야 해요. 제가 외국인이라면 한국어 공부를 진작에... 그만 뒀을 거예요.  다음의 경우를 김일웅(1991)에서는 '굴곡의 상(혹은 굴곡적 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아이가 책을 찢다. → 완료
  • 아이가 책을 찢다. → 진행
  • 집에 다 와 다. → 진행
  • 책 / 읽 책 / 읽 책 → 완료 / 진행 / 예정
  • 중이다. → 진행
  • 것이다. → 예정

 

저는 싹 다 묶어서 문법적 요소로 발현되는 상이라고 정의하고 '문법적 상'으로 통칭하겠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후를 기약하고요. 아무튼 다음은 김일웅(1991)에서 제시한 문법적 상(김일웅(1991)에서는 파생적 상이라고 함)의 양상을 정리한 것인데, 정말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한국어 공부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미리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시작상의 동사
    • 시작상 + -고 있다(계속상) = 반복상
      예) 터지고 있다,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꺼번에 떠나는 것이 아니니 반복상으로 설명하는 게 논리적으로는 맞겠다 싶네요.

    • 시작상 + -아 가다/오다(진행상) = 시간 폭이 있는 경우 '진행상', 없는 경우 '반복상'
      예) 터져 가다/오다, 떠나 가다/오다

    • 시작상 + -아 있다(결과상) = 결과상
      예) 터져 있다, 떠나 있다

    • 시작상 + -아 버리다(종결상) = 종결상
      예) 터져 버리다, 떠나 버리다
    • 시작상 + -(으)려 하다(예정상) = 예정상
      예) 터지려 하다, 떠나려 하다

  • 지속상의 동사
    • 지속상 + -고 있다(계속상) = 지속상
      예) 만들고 있다, 걷고 있다

    • 지속상 + -아 가다/오다(진행상) = 지속상
      예) 만들어 가다/오다, 걸어 가다/오다

    • 지속상 + -아 버리다(종결상) = 종결상
      예) 만들어 버리다, 걸어 버리다

    • 지속상 + -(으)려 하다(예정상) = 예정상
      예) 만들려 하다, 걸으려 하다

  • 종결상의 동사
    • 종결상 + -고 있다(계속상) = 계속상
      *'끝'이라는 방향이 있으니 저는 계속상보다는 '진행상'으로 봅니다. ^^
      예) 죽고 있다, 끝나고 있다

    • 종결상 + -아 가다/오다(진행상) = 진행상
      예) 죽어 가다, 끝나 가다

    • 종결상 + -아 있다(결과상) = 결과상
      예) 죽어 있다, 끝나 있다

    • 종결상 + -(으)려 하다(예정상) = 예정상
      예) 죽으려 하다, 끝나려 하다

 

위를 면밀히 검토해 보시면 '-어 있다'와 '-고 있다'에서 다소의 의미 변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텐데요. 이것은 어휘와 문법적 요소의 합에 의한 의미 연산의 결과가 고정되지 못하고 결합되는 어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영어와 한국어의 상 표지 구분에서도 그 차이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양상과 관련해서 본 게시글에서 이미 공유한 바 있지만, '-어 있다'와 '-고 있다' 및 어휘상과 관련된 게시물을 공유하겠으니 참고 부탁 드립니다.

 

-아/어 있다 & -고 있다 | Expressions of continuity

Supportive verb(or Auxiliary verb) 있다 is the representative of continuity. So the pattern "-아/어 있다" and "-고 있다" are two sides of the same coing: "-어 있다" is used for continuous states while "-고 있다" is about continuous action.

daldalkorean.com

 

< 영어와 한국어의 상 표지 구분(양용준 2002: 15) >

구분 영어 한국어
완료상 have + pp -어 있-, -고 있-, -어 버리-, -어 치우-, -어 내-, -어 나-, -어 두-, -어 놓-, -고 말-
진행상 be + ~ing -고 있-, -어 가-, -어 오-
반복상 또렷한 형태가 없음 -곤 하-, -어 대-, -어 쌓-
예정상 또렷한 형태가 없음 -(으)려고 하-

 

도움이 되셨길 바라고욤. 모든 언어나 학문이 그렇겠지만,

제가 이번 포스팅이 힘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것인지...
한국어는 교사도 힘들고 학습자도 힘든 언어인 것 같네요.ㅋㅋㅋㅋ

다들 힘냅시다!!


< 참고 >

김일웅(1991), 한국어의 '상' 표현, 코기토(Cogito), 39, 27-50.

양용준(2002), 영어와 한국어의 상 표지 비교, 언어과학연구, 22, 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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